하얼빈 조선족 민속축제현장의 깃발을 보며

29. 하얼빈 조선족 민속축제 현장

◀하얼빈 조선족 여인들이 꽃을 들고 무용을 하고 있는 모습.


생각해보면 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중화인민공화국, 그러니까 지금의 중국을 우리는 중공이라 불렀다.

오천년 역사상 최대 비극이라 일컫는 동족상잔의 6.25전쟁때 중공군은 북한의 자원부대로 한반도를 더욱 피로 물들게 했다.

그런 중국땅에 조선족들은 묵묵히 살아왔으니, 한.중수교가 맺어지고 ‘상호협조’체제가 되면서 우리도 중국땅을 밟을 수 있었던 것이며, 이제와서는 이렇게 민족단합의 축제행사에 나도 한 관객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보다도 중요한 것은 비록 하얼빈 조선족 동포들이 중국정부 산하에서 일개 소수민족축제로 열리고 있지만 중국 오성의 붉은 깃발 좌우엔 아리랑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내가 알기엔 이 아리랑 상징깃발은 중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으로 안다.

이는 중국의 조선족동포들을 상징하는 것만이 아닌 우리 한민족 전체의 얼이 담긴 그 표상이 아닌가.

그게 중국 주권하에 있는 만주땅에 중국깃발과 함께 나란히 펄럭이고 있었으니 우리 민족의 기상이 만주땅 하얼빈에서도 꺼지지 않는 불길로 타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하얼빈 조선족 민속축제 스타디움 게양대에는 아리랑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북한과 남한과의 문화교류나 체육행사에서는 새로이 한반도 깃발이 사용되고 있는데 만주땅에서는 아리랑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는 사실, 어쩌면 반가운 일 아닌가.

태극깃발은 우리 남한에서만 사용되고 있는 것에 비해 그래도 한반도 깃발이나 아리랑 깃발이 대한민국 주권 밖에서나마 우리 민족정신의 한 표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한 일이 아닌가 말이다.

나는 깜짝 놀랐다. 난생처음 대해본 하얼빈 조선족민속촉제 현장 하늘에 하나의 중국깃발이 중앙에 펄럭이고 있고 좌우 양측에 아리랑 깃발은 중국 깃발과 함께 똑같은 높이의 공중에서 펄럭이고 있었으니! 아마, 나는 새들도 그냥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다.


다섯 개 별이 그려져 있는

중국의 붉은 깃발은

중앙에 펄럭이고 있고

우리 민족 고유의 얼의 상징인

아리랑 깃발은 좌우 양측에

중국깃발과 똑같은 높이의

공중에서 펄럭이고 있었으니

아아 장하다 장하다

비록 태극깃발은 오르지 못해도

하얼빈조선족 민족축제 현장에는

아리랑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던 것이다

- 서지월 시 ‘아리랑 깃발’


조선족민속축제가 열리고 있는 이 하얼빈공업대학체육관은 국제급 규모의 체육관이라 한다.

◀조선족 여인들이 경기에 앞서 항아리를 하나씩 머리에 이고 있는 모습.


수만명이 넘는 조선족동포들이 한데 어울려 4년마다 한번씩 펼치는 민속축제의 규모는 대단했다.

그 모두가 한복을 입고 그네를 뛰고 머리에 항아리를 이고 달리기를 하고 지게를 지고 달리기를 하고 아이들은 아이들 대로 모두 이쁜 한복을 입고 무대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

그 넓은 운동장과 무대위에서 번갈아가며 벌이는 축제는 각 지역 팀들끼리 같은 색상의 한복을 입고 오색찬란했다. 사방을 에워싼 관객석에도 수많은 조선족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눈물나는 것은 소학교 아이들이 나와서 재롱을 부리며 생긋 웃어보이는 그들의 얼굴에서 나는 민족의 아픔을 느꼈던 것이다.

왜냐하면 피는 조선족이지만 그애들은 국적이 중국이며 중화인민공화국 아이들인 것이다.

물론, 조선어도 배우고 있지만 그들의 교과서는 중국의 역사와 문화가 그 본령인 것이다.

그러나 그애들은 모른다. 중국어와 조선어를 번갈아 쓰지만, 그애들은 아직 때묻지 않은 노래와 재롱, 춤이 그들에겐 전부인 것이다.

모국은 저멀리 있고 남의 나라 땅에 태어나 자라고 있는 것 다름아니다.

◀조선족 아이들이 공연에 앞서 중국깃발을 하나씩 들고 대기중인 모습.


그애들이 커서 할아버지 할머니 나라를 찾을 때는 분명히 한국이 되겠지만, 한국은 반도의 나라로 저 아랫쪽에 조그맣게 위치해 있는 걸 알고나 있을까.

그 큰 땅덩어리 만주땅은 중국의 손에 넘어간지 오래, 오도가도 못하는 그곳에서 그들은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의 운동회도 그렇지만 점심시간이 되었다. 물론 음식을 준비해 와 관객석이나 통로 등에서 남녀노소 이웃 가족들 어울려 먹는 것 보니 정겨운 풍경으로 느껴졌다.

또한 그 체육관 밖에는 토산음식가게가 포장을 쳐놓고 즐비해 있었는데, 거기에도 많은 인파가 모두 사먹기도 했다.

조선족 소설가인 김송죽선생님과 우리 일행도 체육관 밖에 나와 토산음식가게의 국수를 한 그릇씩 시켜 먹게 되었다.

사실인 즉, 이곳도 인산인해를 이루어 둘러앉아 점심식사 할 자리가 없을 정도로 복잡했다.

◀오상시 밀락항에서 왔다는 밀락조선족 중학교 무용교사 박윤애씨와 함께 대담을 나누고 있는 서지월 시인.


바로, 식사를 하고 난 이곳에서 아리따운 한복을 차려입은 조선족 여인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오상시 밀락향에서 왔다는 박윤애씨 등이었다.

박윤애씨는 오상시 밀락향 밀락조선족중학교 무용교사로 오상시 밀락향에 한팀이 출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팀이 보여준 춤은 “봄이 왔네”였다. 우아하게 한복을 차려입은 그분들과 기념촬영도 하게 되었는데 마침 박윤애씨는 나와 같은 1955년생 동갑내기라 더욱 반가워 어쩔줄 모르기도 했다.



<계속>

<전업시인/ 서지월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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