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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사랑 어디갔나요."
광복절인 15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B아파트.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오전부터 태극기를 게양하라고 호소하는 방송을 여러 차례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아파트 가동 120세대 가운데 태극기를 게양한 가구 는 고작 2~3가구에 불과했다.
이날 인근에 있는 압구정동 C아파트의 국기 게양률도 10% 미만에 그쳤다.
서울의 강북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중랑구 신내2동 A아파트의 경우 96가구가 입주한 한 동마다 5~6개 가구만이 태 극기를 내걸어 10%대를 밑도는 게양률을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14~16일 3일 간의 황금 연휴를 맞아 고속도로 정체가 심할 정도 로 가족단위 나들이에 나선 때문인지 제58주년 광복절인 15일 태극기를 게양한 집들을 찾아보기가 '가물에 콩 나듯' 어려웠다.
이날 서울 시내에서는 각 구청이 주요 관공서 주변과 인접도로에 태극기를 내 건 것을 제외하면 주택가와 상가 등지에서 태극기를 내건 가구는 눈 씻고 찾아 봐야 할 지경이었다.
월드컵열기로 전국이 태극기 물결로 뒤덮이고 태극기패션이 유행했던 지난해 6 월의 뜨거웠던 '태극기 사랑'은 서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과천시 부림동에 사는 황 모씨(42ㆍ공무원)는 "지난해 월드컵 때 태극기는 온 국민의 뜨거운 가슴을 하나로 연결하면서 지구촌을 열광케했는데 어떻게 1년여 만에 이처럼 차갑게 식어버릴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냄비처럼 쉽게 달아올랐 다가 쉽게 식어버리는 우리 국민성이 태극기 사랑에도 여지없이 드러났다"고 혀를 찼다.
두건과 치마 등 패션태극기, 휴대폰과 학용품에 붙여진 태극기 스티커를 보며 국민의 태극기 사랑을 피부로 느꼈던 2002년 월드컵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당시 응원현장에서 "전에는 몰랐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란 게 자랑스럽다, 태극기가 왠지 뿌듯하고 너무 친근하다"고 했던 한 여고생의 말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태극기 사랑이 식어가고 있다.
지방 대도시의 태극기 게양률도 서울지역 못지 않게 저조했다.
대구광역시 동구 방촌동 E아파트의 경우 태극기 게양률이 저조해 '오늘은 광복 절입니다.
주민여러분 국기를 게양합시다'라는 단지 내 방송을 내보냈다.
그러 나 이날 정오가 넘어서까지 태극기를 내건 가구는 한 동에 고작 5~6가구에 머 물렀다.
광주시에 살고 있는 김 모씨(45)는 국기를 "태극기 게양하는 날이 1년에 열 번 도 안되는데 그게 그렇게 힘든 일인지 모르겠다"며 "1년 전 월드컵 때 한반도 를 뒤덮었던 태극기 사랑과 열풍이 사라진 것 같아 허무한 마음이 든다"고 말 했다.
더욱이 국경일에 내걸 태극기를 아예 갖고 있지 않은 가정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년 간의 미국체류를 마치고 최근 귀국한 이 모씨(37ㆍ서울 도화1동 회사원)는 "미국은 1년 내내 성조기를 게양하는 가구가 적지 않은 데다 국기사랑이 남다 르다는 점을 인상깊게 느꼈다"며 "반면 우리는 태극기 게양은 고사하고 태극기 를 아예 갖고 있지 않은 가정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태극기선양운동회 신보철 회장(64)은 "태극기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한마 디로 국가관이 결여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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